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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일지매(2003-09-15 05:24:52, Hit : 1913, Vote : 202
 관료주의에 대하여

관료주의에 대하여  

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관료주의를 질타하는 취임사를 올렸다고 합니다. 취임 첫 날부터 여느 장관들과는 달라 보이는 언행이 화제가 되었습니다만, 이 글로 미루어 보면 이 장관의 언행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깊은 고민 끝에 충정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. 그동안 관료들의 관료주의적 타성을 경험하고 그에 절망해 왔던 사람이라면 장관의 글이 얼마나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인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.

저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의 주범이 '한국 사회의 관료주의라고 말해도 무방하다'는 장관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. 그리고 관료주의의 핵심이 '아무도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' 데 있다는 지적은 관료주의의 정곡을 찌른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. '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'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의 대형 참사 사건뿐만 아니라 정부의 각종 정책의 실패를 통해 분명하게 증명된 바 있습니다. 단적으로 말해, 온 국민이 교육정책의 피해자임은 만천하가 알고 있는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책임지는 교육관료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명증하게 증거해 주고 있습니다.

이 장관은 우리 사회의 '소통이 결여된 문화'적 타성과 관행에서 그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찾고자 합니다만,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 사회의 문화정책의 책임을 맡은 장관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. 그러나 사실상 책임 부재의 관료주의 행태는 훨씬 더 원시적이고 직접적인 '관료들의 집단적 이기주의와 보신주의'에서 기인하며, 이는 문화적으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, 제도적으로 단기적으로 혁명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절박한 과제일 것입니다.

지금과 같은 무책임한 관료주의 행태를 그대로 두고는 어떤 개혁정책도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. 이런 점에서 이 장관의 튀어보이는 언행은 그에 그치지 말고, 정책실명제 따위의 도입을 통한 철저한 책임행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. 다리를 놓든, 건물을 짓든, 제도를 만들든, 정책을 만들든 그것을 입안하고 추진한 관료는 그 다리, 그 건물, 그 제도, 그 정책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자신이 맡은 몫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할 것입니다.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기관에 의한 정기적인 정책평가가 이루지고 이에 따른 엄정한 신상필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.

지금 우리 사회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는 관료들의 뇌리에 박힌 '특권의식'의 문화적 청산이 아니라, 관료들이 실질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'특권'을 제도적으로 제거하는 일일 것입니다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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